제주도도대불, 바람과 시간을 품은 고려시대 석불의 고요한 위엄
성산읍의 맑은 하늘 아래, 들판 끝에 웅장한 불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도대불’이라 새겨진 표지석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회색빛 석불이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햇살을 받은 돌의 표면은 은은하게 빛났고, 그 아래로는 기단과 연꽃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제주의 불교 조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완형에 가까운 국가유산입니다.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지만, 그 존재감은 주변의 바람과 산세를 압도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돌결의 온기가 손끝에 전해졌고, 눈두덩과 미소 선에는 세월의 부드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조차 이 불상 앞에서는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1. 평야와 오름 사이로 향한 길
제주도도대불은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인근, 오름과 밭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제주도도대불’을 입력하면 난산마을회관 근처의 작은 주차장으로 안내되며, 주차 후 농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길은 평탄하고, 중간중간에 감귤나무와 억새가 늘어서 있습니다. 가는 길에서 바람이 일정하게 불었고, 멀리 성산일출봉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길 끝에 이르러 돌담 사이로 불상의 머리가 보일 때, 묘한 경건함이 느껴졌습니다. 주변은 소박한 들판이지만, 불상 하나가 풍경의 중심을 잡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발걸음마다 흙먼지가 일며, 오랜 길을 걷는 듯한 감각이 스며들었습니다.
2. 석불의 형태와 조각의 특징
도도대불은 전체 높이 약 5.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좌불상으로, 화강암을 이용해 정교하게 조각되었습니다. 얼굴은 둥글고 부드럽게 표현되었으며, 눈매는 반쯤 감긴 형태로 안정감을 줍니다. 입가의 미세한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했습니다. 어깨는 넓고 단단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옷주름은 간결하지만 흐름이 살아 있습니다. 무릎 위에 포개진 손의 형태가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고, 그 사이에 세월의 먼지가 고여 있었습니다. 불상의 뒷면에는 작은 홈이 파여 있어 내부에 금속 장신구를 봉안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돌의 질감은 세월에 따라 부드럽게 닳았지만, 전체의 비율은 여전히 완벽했습니다. 사람보다 훨씬 큰 그 얼굴을 마주하자, 돌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보는 듯했습니다.
3. 제주의 불교 유산으로서의 의미
제주도도대불은 고려시대 제주의 불교문화가 절정에 달했을 때 만들어진 대표적인 유물로 평가됩니다. 당시 불교는 섬 곳곳의 마을 신앙과 결합하여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고, 이 불상은 그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도도대불은 해안을 지키는 수호불의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실제로 불상이 서 있는 방향은 동쪽 바다를 향하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섬의 경계를 지키는 마음을 담은 불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바다를 향한 그 시선에는 단순한 신앙을 넘어, 바람과 파도를 품은 섬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지금은 종교적 기능을 넘어, 제주의 정체성을 품은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4. 보존 상태와 주변 풍경
불상은 최근 보존 작업을 거쳐 기단부와 일부 균열이 복원되었습니다. 표면의 마모가 있으나, 원형이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주변은 낮은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으며, 출입은 자유롭습니다. 안내판과 조형물 설명문이 함께 설치되어 있고, 주변 잔디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불상의 옷자락 부분에 빛이 닿아 섬세한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오후 햇살이 기단부를 비출 때 돌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질감이 한층 깊게 느껴졌습니다. 주변에는 소박한 돌담과 밭이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자연 속에서 불상이 차분히 자리하고 있는 풍경은 신비로우면서도 평화로웠습니다. 시간이 이곳에서는 천천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5. 인근 탐방 코스와 역사 여행
도도대불을 관람한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를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두 곳 모두 도도대불과 같은 방향의 해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제주의 자연과 신앙이 이어진 맥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인근의 ‘온평리 환해장성’과 ‘표선해비치해변’을 함께 둘러보면 역사와 경관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점심이나 휴식은 ‘난산리 돌담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들판과 바다, 불상의 시선이 이어지는 그 동선에는 제주의 시간과 신앙이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 조용히 마음을 비우는 순례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6. 관람 팁과 현장에서의 감상
도도대불은 오전보다는 오후 햇살이 기단부를 비출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빛의 각도에 따라 돌의 색이 은회색에서 따뜻한 금빛으로 바뀌며, 사진으로 담기에도 좋습니다. 방문할 때는 주변이 농로이므로 차량 이동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머플러나 얇은 외투를 챙기면 좋습니다. 불상 앞에서는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조용히 서서 바라보는 시간이 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돌에서 전해지는 묘한 온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돌의 열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제주의 바람을 견뎌온 생명력 같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멀리서 파도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가 불상의 숨처럼 느껴졌습니다.
마무리
제주도도대불은 바람의 섬 제주가 품은 가장 깊은 고요의 얼굴이었습니다. 거대한 돌불은 세월의 풍화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온화한 표정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소리들이 멈춘 듯, 그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석양이 불상 위로 내려앉을 때, 돌의 표면은 따뜻한 금빛으로 물들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듯했습니다. 신앙의 상징을 넘어, 제주의 시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이었습니다. 돌아서는 길에도 불상의 시선이 등 뒤에 닿는 듯했지만, 그 느낌은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였습니다. 바람은 불상의 어깨를 스치며, 오늘도 이 섬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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