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언덕 위에서 만나는 백제 국제항 능허대의 고요한 시간

맑은 바람이 부는 오후,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언덕을 따라 걸었습니다. 바다 냄새가 은은하게 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쳤고, 멀리 송도 앞바다가 펼쳐졌습니다. 그 한가운데, 평평한 대지 위에 돌로 쌓인 낮은 기단과 유적 표석이 단정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능허대지’였습니다. 주변은 잔디밭으로 정비되어 있었고, 벤치와 안내판이 어우러져 산책하듯 둘러보기에 좋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터였지만, 이곳이 한때 중국과의 교역이 이루어지던 국제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사이로 오래된 시간의 기운이 은근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1. 옥련동 언덕길에서 바라본 풍경

 

능허대지는 인천 지하철 1호선 동춘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송도 유원지와 문학산 사이의 낮은 구릉지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는 ‘능허대지 유적공원’을 입력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은 넓고, 입구에는 유적 안내석과 석탑이 눈에 띕니다. 언덕을 오르면 평평한 대지 위로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집니다.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보이고, 날씨가 맑을 때는 송도국제도시의 마천루가 멀리 반짝입니다. 도보로 이동하기 편하며, 바람이 잔잔히 불어 산책하기 좋은 코스였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햇살이 기단 위로 기울며 석재의 질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도시와 역사, 두 풍경이 한 프레임에 담겼습니다.

 

 

2. 유적의 구조와 현장 구성

 

능허대지는 현재 평평한 대지 형태로 남아 있으며, 중심부에는 석축 기단 일부와 초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기단은 화강암으로 쌓였고, 일정한 높이의 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건물터 흔적과 함께 옛 도자기 조각, 기와편이 출토된 구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능허대는 삼국시대 백제가 중국과 교역하기 위해 세운 국제무역기지였던 장항(長岟)의 터”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유적지 한가운데에는 낮은 돌비석이 서 있고, 그 옆의 잔디밭이 조용히 펼쳐집니다. 별다른 장식이나 건물이 없음에도, 이곳의 단정한 대지 위에는 오랜 문명의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돌 하나하나가 바다 건너 교류의 기억을 전해주는 듯했습니다.

 

 

3. 능허대의 역사와 의미

 

능허대는 삼국시대 백제의 해상 교류의 관문이었던 ‘장항성(長岟城)’의 유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백제가 중국 남조와 교류할 때 능허대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백제 사신이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가던 출항지이자, 문화와 물품이 오가던 항구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중국 사신들이 조선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닿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잔디와 석축만 남았지만, 과거 이 자리가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이었던 셈입니다. 바다와 맞닿은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이유는 조류의 흐름을 쉽게 읽고, 항해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곳은 실용과 상징이 공존하던 자리였습니다.

 

 

4. 현장의 분위기와 보존 상태

 

현재 능허대지는 ‘능허대지 유적공원’으로 정비되어 있으며, 산책로와 휴게 공간이 함께 조성되어 있습니다. 주변에는 돌계단과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관람이 편리합니다. 안내문은 한국어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석축과 초석은 보존 처리가 되어 있어 훼손이 거의 없고, 관리 상태가 좋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잔디가 일렁이며 기단을 감싸고, 하늘빛이 넓게 열려 있습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오래된 돌 위에 비치는 햇살이 이곳의 깊이를 만들어 줍니다. 가까이서 보면 석재의 결마다 미세한 균열과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세월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5. 주변 명소와 함께 즐기는 코스

 

능허대지를 둘러본 뒤에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능허대공원전망대’에서 송도 앞바다를 내려다보면 좋습니다. 이어서 ‘송도센트럴공원’이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함께 방문하면 역사와 현대 도시의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점심은 옥련동 인근의 ‘능허대쌈밥집’이나 ‘송도포구식당’에서 강화 김과 해산물을 곁들인 지역 음식을 맛보면 좋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이 붉게 물들고, 송도 앞바다의 섬들이 실루엣으로 드러납니다. 과거 백제 사신들이 바라보았을 서해의 수평선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풍경과 역사 모두가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6. 방문 팁과 유의사항

 

능허대지는 연중 무료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이 넓고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 방문에도 적합합니다. 봄과 가을이 가장 쾌적한 시기이며, 여름에는 바닷바람이 강해 모자를 챙기면 좋습니다. 유적지 내에서는 음식물 섭취나 잔디 위 취사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기단 주변이 역광을 받아 사진 촬영하기 좋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돌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안내판 옆에는 QR코드가 있어 유적의 역사와 발굴 정보를 모바일로 볼 수 있습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과거 이곳을 떠난 사신들의 마음을 상상해보면, 단순한 유적 이상의 감흥이 전해집니다.

 

 

마무리

 

능허대지는 화려한 건물도, 웅장한 유적도 아니었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인천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백제의 사신들이 배를 띄우던 그 자리에 서 있으니, 시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잔디와 돌,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서해를 바라보며 천 년 전의 항로를 떠올려 보고 싶습니다. 능허대지는 과거의 항구이자 오늘의 사색 공간으로, 인천의 역사와 바람이 만나는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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